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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건배`의 뜻과 유래

 

 

 

 

오늘날 '건배'는 동서양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술 문화의 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한국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건배 문화는 서양에서 유래하는 흐름과 동양적 요소를 가미한 혼합적 성격을 지닌다.

 

먼저 그 뜻부터 이야기하자면, 대개 건강이나 행복 등을 빌기 위하여 같이 술잔을 들어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마시는 일을 일컫는다. 한자로 乾杯(건배)라고 할 때 '乾'자가 '마를 건'자이기 때문에 건배의 원래 뜻은 '잔을 말린다', 즉 '잔을 비운다'는 말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건배할 때 잔을 비우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쓰는 습관이 있고, 흔히 서로의 잔이 비었는 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기도 하며, 때로는 잔이 비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머리 위에 잔을 거꾸로 들어 보이는 관행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함의되는 '건배'는 건강과 행운을 빌고 좋은 일을 축하하는 의례의 뜻을 담고 있다.  
 
건배의 유래를 이야기하자면 꽤 복잡한 편이다. 원래는 신(神)에게 바친 술, 다시 말해 신주(神酒)를 회중이 나누어 들고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빈 뒤에 함께 마시는 종교 의례에서 시작했다는 고증들이 있지만, 언젠가부터 산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축복하는 뜻으로 많이 행해지게 되었다.

 

술잔을 단숨에 비우는 것은 옛날 서양 사람들이 뿔잔을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내려 놓기가 편하지 않아서 쥔 채로 다 마시는 습관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술잔의 술을 상대방의 진심으로 생각하여 그것을 단숨에 받아들이기 위한 의례에서 사작한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한국에서는 빨리 취하기 위해서 또는 주량을 서로 확인하기 위해서 '칭', '짠~' 또는 '완샷'을 자주 한다.

 

술잔을 맞대어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되어 널리 통용되고 있다.

 

주객(主客)이 동시에 술을 따라 건배하는 것은 독주(毒酒)가 아닌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說)이 유력하게 전해진다. 유목과 교역이 빈번하여 항상 낯선 사람과 공존해야 하던 옛날 서양사회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경계하고 불신하는 풍토가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어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라이벌을 없애거나 이혼하지 않고도 배우자를 제거하기 위해 술에 독을 넣어 마시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독살하는 일이 흔히 행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따른 술을 주인이 마셔 안전함을 증명하고 난 뒤에 손님(들)이 천천히 잔을 드는 습관이 생겨났다고 한다. 주인과 객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따라준 술잔에 가볍게 입술을 대고 한 모금씩 마시는 습성이 있었다고 한다. 대중적인 술 자리에서도 똑같이 술잔을 채워서 함께 (동시에) 마시는 일이 많아졌다. 자기가 마시는 술이 상대방 또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술과 똑같이 무독성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습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습관들이 진화하여 점차 우정을 확인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행위로 바뀌게 된 것이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여러 가지 문화적 요소가 가미되었다. 18세기에는 함께 자리한 사람끼리, 또는 처음 만난 명사나 아름다운 여성을 향해 잔을 치켜드는 문화가 생겼다. 그 뒤로 서양 사회에서 건배 없는 만찬을 상상하기 힘들게 되었다. 참석자들을 서로 축복하는 의례가 되었다. 만찬에 온 손님을 모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을 향해서 건배를 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진화를 거듭한 '건배'의 문화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양하게 변용되면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분화되었다. 건배할 때 표현하는 말과 방식도 나라마다 다르고 연회의 종류와 분위기에 따라 서로 다르다.

영국에서는 건배를 토스트(toast:구운 빵)라고 한다. 그것은 찰스 2세 때 토스트를 술에다 담가서 먹던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연회장 정원의 연못 가운데 서 있는 미녀를 본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이 연못의 물을 술로, 미녀를 토스트로 비유하여 술은 더 필요없고 토스트를 먹고 싶다고 말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냥 단순히 술맛을 내려고 큰 유리잔 속에 토스트를 한 조각씩 넣어 마셨던 풍습에서 유래한다는 설도 있다.

 

어떤 일을 경축할 때에는 프로지트(prosit), 이별할 때는 치리오(cheerio)라고도 하고, 프랑스에서는 브라보(bravo:만세 또는 칭찬의 뜻) 또는 아보트르상테( a votre santé:건강을 축하한다는 뜻)라 하며 건배한다. 독일에서는 'Prosit(Prost!)'라고 한다. 잔을 눈 높이까지 들었다가 왼쪽 가슴에 대고서 상대방의 눈을 응시한 다음, 다시 술잔을 눈 높이로 가져갔다가 마시는 <알트 하이델베르크>의 영화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레 상테!' 또는 '친, 친 (chin, chin) !'이라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이 살루드(i salud)' 또는 '살루드 아무르 이페세타스! (Salud Amor, Ypes eatas!, (당신의 건강과 사랑과 돈을 위해서)'라 말하고, 여기 '세 가지를 모두 즐길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갖기 위하여! (Y Tiempo para Gozarlesi)'를 첨가한다. 바이킹의 후손인 북구에선 '스콜!(건강)'이라고 소리친다. 핀랜드에서는 '키이토스(kiitos)'라고도 한다. 러시아에서는 '스하로쇼네' 또는 '즈다로비에'라고 한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은 '건배(乾杯:깐뻬이), '얌센(飮盡)'이라고 하고, 일본 사람들은 '간뻬이'라고 하며, 태국에서는 '차유(cha yoo)!'라고도 한다. 미국에서 'Bottoms up!'하는 것은 결국 잔 밑이 위로 오르도록 잔을 비우라는 '건배'의 표현이기도 하다. 영화 <워털루 브릿지(哀愁)>에서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가 공습을 피해 들어간 펍(Pub)에서 'Cheer up' 또는 'Cheers(기분 내라)'라고 표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표현이 '치어스(cheers)!'이다.

 

또, 건배에 사용하는 술도 다양하며, 건배 후에는 술잔을 깨는 풍습도 있다. 중국에서는 술잔을 비우고 다 마셨다는 증거로 술잔을 거꾸로 하는 습관이 있고, 러시아 연방 카프카스 지방에서는 잔을 든 팔을 서로 걸고 마시는 등 민족에 따라 여러 가지 형식이 있다.

 

공식적인 연회에서는 디저트 후나 인사를 하기 전에 건배를 하고, 결혼 ·피로연 등 사적인 연회에서는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건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건배는 영국이나 미국 사람들이 '토스트 마스터 (toast master)라고 부르는 사람의 선도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토스트 마스터, 즉 건배를 제의하는 역할은 주빈(主賓) 중에서도 연장자로 존경을 받는 사람 또는 그 순간 특별한 어떤 의미를 갖는 사람이 맡는 것을 관행으로 여긴다. 

 

토스트 마스터가 일어나거나 술잔을 치켜들면서 '건배' 또는 구호를 외치면 참석자들도 모두 일어나거나 술잔을 치켜들어 일제히 화창(和唱)한다. 술은 보통 샴페인이 많이 사용되며, 술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소량이나마 술을 받아 들고 일제히 화창하는 것이 예의이다. 샴페인의 경우 글라스를 잡는 방법은 오른손으로 옆으로부터 수평이 되게 잔의 윗부분을 잡고 일어선 뒤 술잔을 들도록 한다. 건배라고 해서 무리하여 술잔을 단숨에 비울 필요는 없다.
 
한국에 자리잡은 '건배'의 관행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일본 사람들로부터 전수되었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그 사연은 이렇다. 1854년 10월 14일 일본 막부가 영국과 일영화친 조약을 체결할 때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 간다. 영국을 대표하여 Earl of Elgin(엘진 백작) 참석하고, 일본에서는 도꾸가와 막부를 대신하여 이노우에 키요타다가 참석하여 조약에 서명을 하였다. 그리고 나서 저녁에 만찬이 열렀다. 이때 영국 대표인 엘진 백작이 우리 영국은 외국과 조약을 체결하면, 국왕의 건강을 기원하고 서로 상대와 잔을 부딫친다고 하면서 '여왕 폐하를 위하여(To Her Majesty Queen Victoria) !'(당시 영국 국왕은 빅토리아 여왕이었으므로) 잔 을 부딪치면서 건배를 외쳤다고 한다. 일본 대표 이노우에 키요타다는 엉겁결에 영국 대표와 잔을 부딫치기는 했지만, 난감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없던 습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분간 어색한 순간이 흐르다가 갑자기 이노우에가 일어서더니 '요시  간빠이 !(乾杯의 일본어 발음)"하고 큰 소리로 외첬다고 한다. 좌중의 모든 사람들이 큰 소리에 웃었고 엉겁결에 한짝씩 들이마시며 잔을 부딪쳤다.  이것이 소위 '간빠이'의 시초이며, 그 뒤로 한국인들도 한국식 한자 발음 '건배'라고 외치는 관행이 퍼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일본인들의 시각에서 일본인들의 관행이 한국인들에게 전해지는 과정에만 주목한 설명일 뿐이다. 이미 그 이전과 이후로 소수이기는 하지만 한국인들 가운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학이나 이민 또는 특별한 동기로 서양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서양인들과 접촉하면서 보고 들은 건배 문화를 한국인들과의 술 자리에서도 때로는 재미로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체득한 관행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근대 이후로 일본인들 사이에 성행하던 서양문화 모방의 흐름이 한국인들에게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런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 한국의 건배 문화와 관행이 형성된 것이다.

 

한국의 술 자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건배의 말은 '위하여!'로 여겨진다. 물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표현들이 쓰인다. 그냥 '건배'라고 하거나 '듭시다(들자, 들지)', '브라보', '지화자', '마시자', '자!…' 등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원샷(One Shot)', '뭉치자', '곤드레' 등을 외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국의 젊은이들이 쓰는 표현 몇가지를 모아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기자(Seize the day)‘는 뜻의 라틴어로 역경에 굴복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자는 삶의 자세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카르페”   “디엠”

 

 ② 진ㆍ달ㆍ래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란 뜻으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강조할 때 쓸 수 있는 건배사이다.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진달래”

 

 ③ 코이노니아(Koinonia)

   ‘가진 것을 서로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며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관계’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돈독한 사이란 의미로 사용한다.    "코이“   “노니아”

 

 ④ 구구ㆍ팔팔(9988)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자’는 뜻으로 나이가 들더라도 건강하게, 그리고 활기차게 살 아가자는 의미로 사용한다.    “구구”   “팔팔“

 

 ⑤ 메아 쿨파(Mea Culpa)

   '내 탓이오‘란 뜻의 라틴어로, 어떤 결과에 대해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자는 의미로 사용한다.    "메아 쿨파"    "메아 쿨파"

 

 ⑥ 당ㆍ나ㆍ귀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란 뜻으로 관계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당나귀”

 

⑦ 나이야 가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처럼 나이가 주는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자는 의미로  사용할 수 있는 건배사.    “나이야”   “가라”

 

 ⑧ 마음 도둑

   ‘고객의 마음을 훔치자’는 의미로 쓰며, 고객이 갈망하는 욕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때 유용한 건배사.    “마음을”    “훔치자”

 

 ⑨ 나ㆍ가ㆍ자

   ‘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란 뜻으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사용.    “나가자”   “나가자”

 

 ⑩ 개ㆍ나ㆍ리

   ‘계(개)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Relax & Refresh 하자’는 뜻으로 권위와 위엄을 벗고 위아래가 모두 하나가 되어 편하게 즐기며 기분을 전환하자는 ‘회식용’ 건배사.   “개나리”   “개나리”

 

 

 

출처 : 주경복의 다음 이야기터
글쓴이 : 파란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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