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Dream Society (드림 소사이어티)/롤프옌센지음 서정환옮김/리드리드출판
드림 소사이어티 Dream Society 롤프옌센. 부제목은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이다. 이 책은 기업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미래 예측 컨설팅을 목적으로 작성된 책이다. 롤프옌센은 이 책에서 내내 미래를 그린다. 마치 소설가 혹은 시나리오 작가가 이야기에 열중하는 것처럼 기업에 필요한 미래 생활을 찾아나선다.
꿈과 감성을 잘 파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게 그 핵심이다. 이제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정보나 품질이 아니라 꿈과 감성 즉 상품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판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감성과 연결된다는 것인지 이 책은 친절히 설명해놓았다.
여기에서 그가 처음 주장한 것은 역시 미래사회의 최고 리드는 이야기를 생산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관리자는 그 다음이다. 그는 그저 미래를 상상해봤을 뿐이며, 그 미래에는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의 많은 부분의 공통점에 이야기라는게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하지만 10년전에 이글을 쓴 롤프옌센의 상상력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농업시대(20만년 유지)의 원재료는 흙, 들판, 가죽
산업시대(200년 유지)의 원재료는 석탄, 석유, 철강
정보시대(20년 유지)의 원재료는 자료, 정보, 지식
앞으로 닥아올 드림 소사이어티 Dream Society 시대는 더욱 짧아지고
수천년동안 지속된 물질우의시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는 상상이 재미있다.
책 내용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드림 소사이어티
롤프 엔센 지음, 서정환 옮김, 리드리드출판, 2000. 2. 2
저자는 서문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어느 쌀쌀한 가을날 아침. 주요고객인 통신회사와 은행사람들이 참석한 아침회의에서 고객 한 명이 질문했다. “정보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도래할까요?” 저자는 대답할 바를 몰라 혼란스러웠지만 “걱정 마십시오. 정보사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그 과정의 주요관심사는 지금 당신이 하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던 저자는 연구소(코펜하겐 미래학 연구소)로 돌아와 다음 사회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모습을 발견했다. 물론 저자도 ‘드림 소사이어티’를 그려보며 너무 이른 내용이 아닐까 의심했다고 한다. 시작한 지 40~50년밖에 안된 정보사회, 그것도 1990년대 말 인터넷이란 문명을 맞이하여 한창 무르익어가는 상황에서 벌써 그 이후의 세상을 예상한다는 게 시기상조인 것 같았다.
아무리 정보통신망이 발달했다하더라도 아직도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다음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필자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현재 상황을 전제한 상태에서 앞으로 더욱 발전되어 고도화되고 어쩌고 하며 이야기했을 것 같다.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정보사회가 10~20년 내로 바뀌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만 년 전에 시작한 수렵생활이 농업사회로 바뀌는데 9만년이 걸렸고, 1만 년 전에 시작한 농업사회(당시의 모토는 ‘동물과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하라’다.)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사회로 변하는 데 9천년(당시의 모토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일하게 하라’다.),그리고 본격적인 2차 산업사회로 변하는데 100년 정도, 다시 정보사회로 변하는 데에는 몇 십 년밖에 걸리지 않은 상황(이때의 모토는 컴퓨터와 인공지능기계가 인간의 일과 사고를 대신하게 하라‘다.)에서 100년 단위의 변화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많은 기업들이 과거와는 다른 세상이 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세상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고.
저자는 ‘드림 소사이어티’를 과거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이끌던 이성과 합리성이 아닌 인간의 감성이 중요시 되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좌뇌적인 사고 속에서 성장제일주의를 부르짖으며 오늘과 다른 내일만이 최상과제라고 생각하는 변화중심 사회가 아닌 안정과 평화로운 삶이 더 소중하고,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물질 그 자체보다는 재미와 꿈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사회는 인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의 세상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코펜하겐 공항은 1996년 그린랜드의 빙원 일부를 수입하여 흔하디흔한 얼음조각에 수십 만 년 세월의 이야기를 덧붙여 고객들에게 선물했다. 빙원 속의 거품에는 피라미드가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의 공기가 담겨있고 어쩌고 하는 내용이다. 그 순간 별 것 아닌 얼음조각은 오랜 세월의 지구 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보물로 변해버렸고, 누구도 그것을 단순한 얼음조각으로 보지 않았다. 또 당신이 바디숍에서 아마존 밀림 속에 숨겨져 있던 고생대의 식물에서 축출한 원료로 만들었다는 제품을 본다면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아마도 밀림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것이다.
한국도 유사한 상황이지만, 덴마크에서는 방목한 암탉의 달걀이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좁은 닭장에 갇혀 길러진 암탉의 달걀보다 20~30%나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자연에서 자란 달걀, ‘옛날식 상품’을 기꺼이 구매한다. 왜 이런 달걀을 구매할까? 어떤 달걀이든지 간에 달걀 자체의 본질은 비슷하지만(많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달걀과 함께 따라오는 시골풍의 모습에 소비자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달걀 자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몰라도 어쨌든 평화로운 목가풍의 농촌이 생각나고, 자연은 몸에 좋은 것이란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입장도 드림소사이어티는 물질이 풍부한 선진사회를 전제로 하며(개도국이나 후진국은 대상이 아니다),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세상으로 모든 것이 대체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산업, 지식사회와 드림소사이어티, 두 개의 모습이 일정기간동안 공존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이성과 합리성만이 진실이고, 감성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극히 이성적인 마케팅 전문가조차 소비자들이 먼저 감성으로 사고, 나중에 이성으로 구매행위를 합리화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세상이고(자신이 상품선택을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하기 위해서), 뇌 과학자들은 인간이 쇼핑할 때 자신의 이성이 직접 개입하여 판단하는 부분은 구입한 상품의 50%도 안 된다고 말한다. 감성과 이야기를 중요시 여기는 드림소사이어티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또 아는가? 멀지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 현재 가족과 직장이 분리되었던 산업사회와 지식, 정보사회의 기억은 인류사의 막간에 일어난, 단지 200년 정도의 짤막한 역사일 뿐이었다고 역사가들이 평가할 지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는 확실성이 아닌 꿈으로 만들어져 있다. 미래는 물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꿈속에 존재한다...워크맨을 생산하자는 아이디어는 소니사의 사활을 건 시장조사 끝에 나온 결과가 아니다...비행기도 꿈이었다. 이러한 꿈이 없었다면 아무도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희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미래는 (불확실성이란 전제 하에) 꿈이라는 재료로 만들어진다...(이런 상황에서) 사업가는 훌륭한 소설가가 이야기를 상상하듯이 사업의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말.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따라서 인간을 위해서라도 자연법칙을 존중해야 한다. 인간을 자연을 지배하면서 살기보다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개인이라고 무시했던 과거 수렵채취인들이 갖았던 생각이다. 요즘 사람들이 자연을 이해하는 모습과 고대 사냥꾼들의 시각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과거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고 있으며, ‘오래된 미래’ 즉 오랜 전 이야기와 부족의 역사, 의식, 전통을 중요시 여겼던 정신적인 요소를 강조했던 수렵채취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고자 한다. 요즘 거대기업들이 자사의 ‘핵심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나 과거 미개인이라 불렀던 수렵인들이 자신의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나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저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놓고 고전적인 드림소사이어티라고 한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과거 속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과거의 모습에서 미래의 모습을 찾고자 원하는 소비자 행동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사회에서 이야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는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물론 아직도 내일 먹고 살 것은 고민하는 국가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상황에서 우리들은 더 이상 물질 자체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얻고 싶은 것은 물질 이상의 것,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도 만져볼 수는 없지만 인간의 감성을 움직이는 그 무엇으로, 바로 이야기다.
또 하나는 세상의 변화가 인간의 변화속도보다 빠르다보니
사람들은 그 변화에 지쳐 더 급해질 미래의 모습보다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과거로 회귀하려고 한다. 물론 과거 시절이 반드시 행복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날의 회상은 어쩔 수 없이 행복했던 면을 키우게 된다. 마치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할 때의 상황처럼. 물론 다시 군대 가겠냐고 물으면 도망가겠지만 말이다.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던 모습, 열심히 농사짓고 점심때 막걸리 한 잔 마시며 땀을 닦는 모습과 같은 것이 우리의 모습이자 아름다운 추억이고, 잊혀 지지 않는 우리만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겪었던 겪지 않았던 간에 우리 문화 속에 담긴 소중한 삶의 모습들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현재의 발전된 모습에서 미래를 그리기보다 과거의 모습에서 미래를 그리려고 한다. 바로 앞에서 말한 [오래된 미래]의 예찬이다.
이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1999년에 출간), 이제 체험의 중요성을 무시하고서는 사람 자체를 모을 수도 없고, 고객의 감성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 개발은 결재조차 어렵게 되었다. 더욱이 스토리텔링의 힘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품 하나를 살 때에도 감성적인 디자인과 상품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시대가 왔다.
‘움프쿠어’라는 미국 조그마한 은행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고, 해리포터의 이야기를 보면서 즐거워하지만, 한편으로는 샘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며, 나이키가 단순한 운동화가 아닌 젊음, 성공과 명성, 승리를 상징하는 젊음의 상징이 되고, 일본의 우수한 오토바이와의 경쟁에서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투박하고 시끄럽고 덩치 큰 오토바이의 단점이 이야기로 미화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재미를 위한 근육을 사용하는 시장이 나타났듯이 재미를 위한 지적이고 감각적인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도 곧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운전한다는 것이 자동전자제어장치에 의해 위험성이 떨어지면 운전은 곧 지루한 뭔가가 될 것이고(운전자가 할 일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때부터 운전 실력을 증명하고 싶어 돈을 들여서라도 위험한 산악 길을 운전하고자 할 것이다. 인간은 세월이 지나도 과거 수렵인처럼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생존이 아닌 재미를 위해서일 뿐이다. 21세기의 성장산업은 아마도 재미가 목적인 지적이고 감각적인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저자는 제품과 서비스에 이야기를 더하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이야기를 구매하는 방법이다.
운동선수나 산악인을 후원하여 얻는 것과 같이 이미 이야깃거리를 가진 사람을 잡는 것이다.
둘째, 사람들 스스로 스포츠행사 같은 모험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모험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지프차를 타고 강이나 사막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험난하고 따라서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셋째, 이야기꾼으로서 동업자가 될 수 있는 고객과 함께 당신이 실제로 이야기를 판매하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 오너그룹에는 36만 명의 회원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낸다. 할리데이비슨의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넷째, 고객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가가 독립심과 자유, 인격의 상징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는 담배회사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커왔고,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갈 것이다. 오랜 전 문자가 발달되기 전부터 인류는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키웠고, 그 이야기를 현실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이야기만큼 감성을 울리고,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지쳐가고 있다. 더 이상의 발전은 안정과 평화를 약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슴을 울리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해주는, 별 거 아닌 상품이지만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다.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에서 모두가 엇비슷해진 세상에서 자신의 상품을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품과 함께 ‘덤’을 줘야 한다고 말했는데, 필자 생각에는 이것이 바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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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
다음 내용은 참고사항으로, 드림소사이어티에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첫 번째. 모험시장.
이 시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고, 거친 밀림지대를 헤쳐 나가a면서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경험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열기구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것 같은 것이다. 열기구를 타는 것은 그 자체가 이야깃거리이며 시회가 풍요로워질수록 수요가 커지고 있다. 거기에 산이 있기에 산을 탄다는 등반시장, 스타 한 명의 이야기만으로도 돈 벌 수 있는 스포츠시장, 명배우 한 명의 이야기가 몇 십억 원의 수익을 벌어다주는 영화계 스타시장, 그랑프리 자동차 시장,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연시장, 또 여행업 같은 것들이 모두 이 분야에 해당되는 시장이다.
두 번째, 연대감, 친밀감, 우정 그리고 사랑을 위한 시장.
이 시장은 감성중심시장으로 드림소사이어티와 직결된 곳이다. 이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알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과 의식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통신시장, 주류시장, 외식업, 카페업, 커피시장, 화상회의나 전자우편, 테마공원, 동물원, 또 만남, 행사, 기념일 등의 모든 이벤트가 이 시장과 관련된 업종들이다.
이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또 하나는 사랑을 위한 시장이다. 물론 사랑 자체는 시장을 형성하지 않는다. 사랑은 사람 사이의 강렬한 감정으로 겉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상징이나 의식이 수반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거대한 시장이다. 결혼식, 장례식, 보석, 화장품, 향수, 음악시장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전자음악이나 가공된 소리보다는 기술의 개입 없이 만들어지는 시장의 성장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음악 자체가 아니라 정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관심의 시장.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을 누구에겐가 제공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필요한 것을 주고 자비를 베풀고 위로하고 치료해주고 도움과 행복을 주고자 하는 욕구다. 관심 제공은 받는 쪽의 기쁨이 더할수록 주는 기쁨도 더 커진다는 데서 비롯된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의 필요가 다 충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마고찌’처럼 실물이 아닌, 별다른 기능도 없는 전자제품 속에 든 사이버 닭조차도 관심 시장에서 크게 히트칠 수 있다. 주인으로 하여금 관심을 제공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또 애완동물시장, 바비인형과 같은 장난감, 적십자나 구세군과 같은 자선단체. 반면에 관심을 받는 시장도 함께 성장하게 되는데 건강분야시장에서도 대체의학과 같이 관심과 동정의 요소가 강하게 배어있는 시장이다. 이는 육체와 함께 정신적인 치유과정도 함께 있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과거 가정의 관심에서 병원과 의사를 중심으로 한 과학시장으로 이제 다시 관심을 강조할 수 있는 분야로 옮겨가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나는 누구인가(who am I)의 시장.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그가 선택한 상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상품을 단순한 기능 품으로 구입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명품브랜드의 호소력은 바로 그 상품에 담긴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낡아 보이는 옷을 입고 ‘나는 옷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자기표현방식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시장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과거처럼 물질적인 가난이 아니라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이야기를 구매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아마 요즘 젊은이들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자신이 말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부자다. 이 시장의 승자는 가장 좋은 이야기를 말하거나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자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가격과 품질이 유사한 상황에서 구매를 자극하는 것은 이야기에 달려있다.
다섯 번째, 마음의 평안을 위한 시장.
“오는 9월은 잭 다니엘씨의 151번째 생일입니다. 아니면 누군가의 말처럼 147번째일지도 모르고요. 지금까지도 우리 창업자의 정확인 생일은 수수께끼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기록을 잘 하지 않았거든요.” 잭 다니엘사의 테네시 위스키 광고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그 제품이 매우 오래된 주조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변화라는 ‘질병’속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길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거이 특징, 변하지 않는 영원성 때문이다.
요즘 히트치는 내용들은 과거 대가족이야기, 시골풍의 낭만주의, 고전적 영국의 모습, 비아킹, 일본의 사무라이, 1920년대 파리, 고대 그리스 북구의 바이킹 같은 곳에서 원형을 빌려온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원조를 주장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상품을 귀하게 여기고, 자동화가 아니라 직접 만들은 것을 높이 평가하고, 조선시대의 음식, 향토문화, 목가적인 농촌과 같은 것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평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이곳이 변화를 떠나 안정된 곳에서 평안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갈망하는 곳이며, 이곳에 거대한 시장이 존재한다. 이제 초현대적, 더욱 진보된, 최첨단이란 단어는 극히 부분적인 면에서만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요소다.
여섯 번째, 신념을 위한 시장.
산업사회에서는 획일적인 이념과 사회계급이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대단위의 전쟁을 벌였지만 21세기에는 국지전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도 총칼을 들고 살생하는 식의 전쟁이 아니라 소비자의 손끝으로 치루는 전쟁이다.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하는 순간부터 매일같이 회사에 투표를 한다. 농산물이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저렴하게 팔려야 하는지, 아니면 생태학적으로 동물후생을 고려해 만들어야 하는지를 해당상품을 구매함으로써 투표하는 것이다.
독일의 한 자동차 회사는 이렇게 광고한다. “우리는 독일계 회사이며 선량한 기업체의 구성원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존 나이스비츠는 소비자행태조사를 통해 수입이 5만 달러 이상인 가정 중에서 지산이 지지하는 목적에 어떤 기업이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유만으로도 그 기업의 상표를 선택하는 비율이 82%라고 한다. 이제 기업은 사회봉사, 사회적 책임, 인권 같은 것을 무시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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