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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자료

19. 딜리셔스 샌드위치/유병률 지음/웅진윙스

19. 딜리셔스 샌드위치/유병률 지음/웅진윙스

 

인생은 경주가 아닙니다. 한걸음씩 음미하며 나아가는 여행입니다.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비밀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부릅니다.

-더글러스 태프트 전 코카콜라회장의 2000년 신년사에서-

2010년 2월28일 문경 주흘산 등산길에 버스간에서 읽은 책의 한 귀절이다.

뉴욕 멘하튼 거리의 문화를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재미있게 글을 시작하여 경제보다 문화가 미래의 내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 모든 내용이 나는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을 내 아내, 그리고 아들 딸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특히 Chapter 2 왜 경제가 아닌 문화가 미래인가와  Chapter  3 왜 문화가 내 삶을 좌우하는가 부분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내용-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욕이 세계 문화, 경제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세계의 돈을 담당하는 월스트리트와 메트로폴리탄, 가난한 예술가들의 둥지 소호, 떠오르는 예술 거리 첼시, 모두 뉴욕 맨해튼에 위치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상의 중심에는 돈과 문화가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얽혀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뉴욕의 돈 있는 사람들은 수준 높은 문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뉴욕의 금융회사와 로펌은 고객들과 함께 메트로폴리탄의 뮤지엄을 통채로 빌려 그림을 보며 파티를 즐긴다. 이런 모습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미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특이한 것은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파티뿐만이 아니라 평일에도 시간을 쪼개서 문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길거리 벤치나 공원에 앉아서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 뉴요커들은 미술관 갤러리를 들리는 것, 이것이 뉴욕의 일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세계의 중심 뉴욕은 '돈'과 '문화'가 함께 있어 의미가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돈만 존재한다고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주장은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돈만 많았을 때 뉴욕은 프랑스의 파리와 영국의 런던보다 '품격'이 떨어지는 도시이자 돈에만 밝은 도시에 불과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잭슨 플록이라는 '뉴욕의 피카소'가 등장하고 미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술 활동을 후원하자 비로소 뉴욕은 파리와 런던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그렇기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스타벅스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상업성으로 채우는 것'에 흥분하여 비판했었던 것이다. 커피가 아닌 '분위기' 또는 '영혼'을 파는 스타벅스였기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고, 뉴욕의 문화상징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스타벅스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뉴욕의 수호자 <뉴욕타임스>의 역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돈'보다 '문화'를 우선하고 있는 독특한 모습은 '문화'야말로 '돈'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생생한 뉴욕의 모습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샌드위치 한국, 샌드위치 세대를 위한 처방전. "문화"

저자가 제시하는 뉴욕의 문화경제시대의 모습을 보면 '문화'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삶도 편안함을 주는 기능과 기술보다는 재미있고 즐거움을 줄 것 같은 '문화'에 더 많은 것을 투자하려고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억대 연봉을 받는 뉴요커와 우리의 삶이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여기서 저자는 또 독자에게 묻는다. "계속 샌드위치로 살고 싶어요?"

 

<딜리셔스 샌드위치>라는 제목은 저자의 물음에서 나왔다. 일본에 눌리고 따라오는 중국에 압박감을 느끼는 샌드위치 한국, 자리를 내주지 않는 선배들과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눌리는 샌드위치 세대. 요즘 한국과 한국 사람들은 마치 시든 양상추 샌드위치 같다. 저자는 양상추 샌드위치가 딜리셔스한 샌드위치로 변하려면 '문화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뉴요커들이 문화를 즐기기 위해 간단히 점심을 때우려고 자주 먹는 그런 샌드위치, 문화를 즐기는 샌드위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경제시대로 변하는 경제 패러다임을 설명하고, 문화를 즐기는 뉴요커들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집에서 자고 싶다는 독자를 위해 저자는 샌드위치 세대에게 왜 문화가 필요한지 설명한다. 문화는 세대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창구이므로 '노후대비'이고, 아이들의 '창의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세계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소통하며, 그 속에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문화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 누구나와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은 문화적 마인드에서 나온다. 자신과 다른 세계의 존재와 만났을 때의 충격, 더 아름다운 세상을 추구하는 정신,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세계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때 창의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멋진 연극 한, 두 번 보았다고 바로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 경험이 쌓일수록 더 넓고 관대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는 '크리에이티브 (creative)'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를 변용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능력은 미국 대중문화의 키워드이다. 예를 들자면 디즈니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면 드림웍스는 그 이야기를 비꼬고 조롱함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한마디로 드림웍스의 '슈렉'에서는 아름답고 청순한 백설공주와 신데렐라가 서로 싸우고 때리기도 한다. 이런 드림웍스에 대항해 디즈니는 '마법에 걸린 사랑'을 현대로 동화 속 인물을 불러낸다. 이렇게 독특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변형하는 능력을 통해서 미국의 대중문화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러한 창의성은 이질적인 세상과 자주 만나고, 넓은 시각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넓고 다양한 관점은 문화를 즐기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런 변화 없이 안개 같은 미래를 걸어가는 대신 세상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고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이것은 문화를 통해 가능하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더 맛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의 샌드위치들을 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