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3권을 지난 13일 낮에 부산시립도서관에 전화로 예약해두고 그날 밤 10시에 빌렸다.
끝까지 읽고 나니 이책의 인세로 "쇠이유(SEUIL)"의 제단에 전액 기부된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미안키도 하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본인이 작가는 아니라지만 훌륭한 소설가보다 훨씬 현실감있고 감동있는 멋진 작품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보통책의 3배 부피인 약 1300여페이지를 다 일고 나니 12000km를 걷었던 작가의 느낀점과 거의 같은 기분으로 먼 거리를 흥분과
기대와 만나는 사람과의 감동과 두려움으로 함께하였던 시간인것 같다.
-책 내용 중에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문하기 전에, 사마르칸트를 떠난 이래 오랫동안 매일매일 짧은 여정 속에서 떠난 이유를 내 자신에게 물었다. 무엇보다 시급히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깨닫는 것이다. 나를 떠나게 부추긴 것은 우선 너무 오래도록 얌전히 생활하면서 억눌러온 모험에 대한 갈증이었다. 공부, 일, 가족, 아이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는 유연하지만 질긴 부드러운 끈으로 온몸이 매여 있었다. 나는 습관과 평범한 일상과 안락함과 친한 친구들의 모임과 "8시 뉴스"와 기념일과 돈을 마저 지불해야 하는 집 등 모든 것을 끊어야 햇다. 이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내 아이들이 사춘기 시절에 나를 사랑하면서도 멀어졌듯이 나도 아이들과 떨어져야 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아내 다니엘이 꿈에 그리던 여행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내 곁에 있었던 아내의 죽음으로 여행에 걸었던 희망이 단번에 날아가버렸다. 나를 버리고, 이 요란한 옷을 벗고, 벌거벗어야 했다. 여행은 또한 죽음의 신이 휘두르는 거대한 낫이 생의 밧줄을 끊어버릴 때, 최후로 출발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죽음이라? 그렇다. 모든 사람이 거쳐야 하는 죽음의 통로를 나라고 해서 벗어날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만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 나는 다시 뛰어오르고 싶다. 사람들이 턱을 바르르 떨면서 말하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늙어서 쇠약해지다가 죽음으로 이어진다. 내게도 그 순간들이 다가오고 잇다. 나는 노인들이 하나 둘 가입하는 클럽에 들어가기 전, 다시 한번 내 젊음을 누리고 싶었다. 아직 다리도 튼튼하고, 눈도 밝다는 것을 내 자신에게 증명해보이고 싶었다.(p.170)
걷는 것이 오랜 기간에 걸쳐 놀란 만한 미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그 기간은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부담을 줄이는 단계이다. 가장 암울한 이 기간은 족히 보름이 걸리고, 길어야 한달이다. 간신히 몸을 가누고, 물집과 근육의 고통을 참아내며, 동시에 길에 대한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맹렬한 고통 때문에 머리는 최근이나 그 이전의 기억 혹은 고통에서 해방 된다. 결국 말하자면, 힘든 시기인 것이다.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조절할 수는 있다. 가방을 채우면서 옷과 불필요한 물건은 포기한다. 걷기 시작한 며칠간 머리를 꽉 채우던 걱정거리와 어려운 문제에서도 해방된다. 영혼은 평온해지고 출발전에 가지고 있었던 음울한 생각과 거리를 둔다.
두 번째는 꿈과 발견의 단계다. 단련되어 몸상태는 잊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주변 환경과 사람들과의 만남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말에 귀를 기울이고, 혼자 있을때는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전화와 주변의 유혹과 실생활에서 겪는 걱정에서 멀어져 이런저런 상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곧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한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대답은 순간적으로, 또 단계적으로 나온다. 의무에서 벗어나, 소유는 존재 앞에서 지워진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 걷는 것의 비밀이 밝혀진다. 삶들은 다른 사람을 향해 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 도착한다는 것.
마지막 단계는 반쯤은 슬픈 길이다. 길 끝이 보이면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된다. 꿈이 끝났다는 데서 오는 섭섭함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데서 오는 행복함.....,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계획들이 부글거리고, 수많은 결심과 밑그림을 그리는데 앞으로 며칠, 몇달, 몇년을 투자할 생각을 한다. 아마도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육체적인 활동이 끝난 뒤, 긴 보도여행을 성공적으로 끝낸 충만감을 느끼며, 더 이상 현재에 경계를 짓지 말고, 오히려 미래를 향해 열어두고, 근육과 머리에 축적해둔 강인한 에너지를 쏫아붓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꿈이 끝난 뒤의 슬픔이 그런식으로 부드럽게 옮겨가는 것일 수도 있다. 걷는 사람은 인생이라는 천연 금괴를 탐광하는 사람이 된다. 종착점에 도착하기 전의 마지막 며칠간, 나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이후에 있었다.(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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