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금정산둘레길 제8코스(성지곡~부산대) 걷기
지난달 걷기했던 금정산숲속둘레길 제1코스는 부산일보 금정산둘레길 제9코스와 동일하므로 이길을 이어서 제8코스를 걸었다.
1. 일시: 2011년 6월 19일 일요일 10:00
2. 걷기코스: 성지곡수원지 입구~ 부산대학 숲속산책로 약9.2㎞
3. 총 소요 시간: 6시간
4. 참석자: 김은상, 이기홍, 노형덕, 황상돈내외, 정승환내외, 이용호, 서현석, 조성일, 이영재(총11명)
5. 코스: 성지곡수원지 정문(10:20)- 불태령(11:05)- 금병약수터(11:25)- 약수사(12:00~13:15 점심)-금강식물원(14:30)- 부산대학교대운동장(15:30)-천연족욕(15:40~16:00)-부산대학교정문(16:20) - 촌닭집에서 맥주한잔(16:20~17:00) 총: 약10km 약6시간 소요(식사시간 휴식시간 포함)
길은 시방 봄길이다. 벚꽃이 계통 없이 날린다. 꽃이 한 무더기이다. 봄나물이 지천이다. 올챙이가 습지에서 조붓하게 헤엄친다. 금정산 둘레길 8차 구간은 생기있는 길이다. '꽃 반(半), 길 반'이다. '숲 반, 길 반'이라 해도 좋겠다.
이번 구간은 부산진구를 떠나 동래구를 거쳐 금정구에 당도하는 코스다. 길에 빠져 한눈파는 사이 갈림길을 놓치기 쉽다. 요즘 한 증권사 광고에 나오는 고 조오련 선수의 '정신 제대로 챙기라'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둘레길 노란 안내리본을 예의주시하길 권한다.
꽃샘바람이 부는 아침 어린이대공원 정문을 지나 대공원 휴게소 삼거리에 도착했다. 도중에 사명대사 호국광장에 들렀다. 광장 입구에 대사의 행적을 적은 안내판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조선의 선조는 1604년 사명대사를 일본에 강화사절로 보냈다. 대사는 그해 8월부터 8개월간 머물면서 임진왜란 당시 포로로 잡혀간 조선인 3천 명을 데리고 귀국했다. 사명대사의 호국정신과 업적을 기리고자 부산 불교계가 1985년에 어린이대공원에 비각을 세우고 매년 추모제를 연다고 한다. 호국광장은 지난해 5월 완공됐다.
휴게소에서 조금만 오르면 성지곡산림욕장 표석이 보인다. 이 길로 오른다. 시원하게 뚫린 솔길에 아침 볕이 향을 내며 쏟아진다. 한 호흡을 들이셨더니 뼛속까지 상쾌하다. 잠시 뒤 만난 약수터에서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온몸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약수터에서 7분 정도 걸었다. 길가에 시비(詩碑)가 하나둘 보이더니 '시가 있는 숲'이라는 쉬기 좋은 너른 터가 나왔다. 김남조의 '산에게 나무에게',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십이곡', 노산 이은상의 '심산풍경' 등이 비에 적혀 있다. 이형기 선생의 시 '나무'에서 '나무는 제자리에 선 채로 흘러가는 천 년의 강물이다'라는 시구에 눈이 갔다.
이 숲 가까이에 습지생태체험학습장이 있다. 2천500㎡ 규모의 습지에 꽃창포, 개미취, 자운영, 원추리, 토란, 수련 등 습지식물을 심었다. 무당개구리, 도롱뇽, 소금쟁이, 미꾸라지도 산다는데 찾기가 어려웠다. 습지 가운데에 한반도 모양으로 수풀을 가꿨다.
'시가 있는 숲'을 나와 순한 오르막으로 걸었다. 이른 아침이라 사위는 고즈넉하다. 10분쯤 걷자 '불태령' 이정표가 나왔다. 왼쪽으로 가면 만남의 숲, 곧장 가면 북구 만덕동 방면이다. 오른쪽 금정봉 방면으로 꺾는다. 나무로 받침한 자갈 계단을 올랐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돌담 너머로 진달래가 복스럽게 피었다. 이정표에서 15분 정도 걸어 쌍묘를 지났다. 주변에 편백숲이 빼곡히 들어섰다. 사람의 발길이 잦은지 길바닥이 반들반들하다.
언덕을 내려서자 벚꽃이 한창이다.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벚꽃 아래로 조금 걸었다. 여기도 습지생태체험장이 있다. 올챙이들이 자맥질하듯 물 밑에서 까불댔다. 주변 벤치에 잠시 앉았다.
체험장을 벗어나니 벚꽃 길이 연속이다. 명주바람이 불자, 이를 견디지 못한 꽃들이 백설처럼 떨어졌다.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은 없다. 절정의 시간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체험장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금병약수터가 있다. 이 약수터를 지나면 오롯한 흙길이다. 갈림길이 잇따라 나온다. 동래 방향으로 붙어야 한다.
땅 아래에 있는 만덕제2터널 위를 건넜다. 여기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채마밭이 덕지덕지 산자락에 붙은 좁은 길을 내려가면 통도사 말사인 약수사가 나온다. 슬레이트 지붕에 시멘트 담으로 만든 집이다. 얼핏 봐선 절인 줄 모르겠다. 절을 지나 내리막에 들어서니 길을 따라 초파일 연등이 달렸다.
약수사에서 15분쯤 걸으면 '동래구' 이정표가 나온다. 얼마 안 가서 3번 마을버스 종점이 있다. 종점에서 왼쪽으로 돌면 지하통로가 나온다. 여길 통과해 오른쪽으로 붙으면 제1만덕터널로 이어진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편백 가로수가 길게 늘어선 인도를 따라 쭉 내려간다. 동래구양묘장과 대덕사 입구, 금정산 제13등산로 들머리를 지나 20분 정도 걸으면 부산전자공고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 길을 놓치면 낭패를 보기 쉽다. 주변에 입산안내판이 있고, 답사팀이 안내리본을 충분히 달아놓았다.
소나무와 벚나무의 샛길을 걷는다. 묘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오른쪽으로 올라야 한다. 헷갈리기 쉬우니 이 갈림길에서 각별히 신경 써서 걸어야겠다.
여기서부터 10여 분 걷자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왁자하게 들린다. 소풍을 온 초등학생들이 노는 소리이다. 도착한 곳은 동래구 온천동 금강공원 안이다.
초등학생들이 부산시 지정기념물인 '이섭교비(利涉橋碑)'를 보며 수첩에 뭔가를 적고 있다. 이 비는 지금은 사라진 이섭교의 준공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1965년에 건립된 이섭교는 현재 동래구 안락동에서 연산1동으로 건너는 수영천에 놓은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였다. 이섭교비 옆에 동래부사 정언섭이 1731년 임진왜란으로 무너진 동래성을 보수공사를 기념하는 높이 2m70의 '내주축성비'도 있다. 이 비는 조선 후기 축성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다.
이섭교비에서 오른쪽으로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걷자 나무다리를 만났다. 곧이어 등장한 철 울타리를 통과해 답사팀은 동래구와 금정구 경계를 넘었다.
제10등산로 입구를 지나면서 화강암 너덜지대를 만난다. 크기도 다양하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이런 길이 20분 정도 이어진다. 무위암, 호국사로 가는 임도가 도중에 있다. 돌길이 끝나는 구간에서 산성로를 건너야 한다. 이 도로를 건너면 부산대 울타리가 나오는데, 망가진 철 울타리가 눈에 거슬린다. 원활한 둘레길 코스를 열기 위해 부산시와 부산대가 향후 이 일대를 정비할 예정이다.
울타리를 지나면 부산대 대운동장 뒤편 언덕이 나온다. 부산대가 노약자를 위해 조성한 '숲속 산책로' 쪽으로 걸으면 소나무숲 가운데 너른 쉼터가 있다. 이 쉼터에서 조금만 더 가면 정자를 만난다. 정자 주변에 천연 족욕장이 있다. 맨발로 개울 바닥을 걷는 주민들이 여럿 있다. 족욕장의 지압 효과가 소문이 나면서 종일 사람이 끊이지 않는단다. 족욕장에서 데크를 따라 달마사로 가다 입구를 조금 못 간 갈림길에서 우회전한다. 여기에서 오늘의 종점인 효원재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총 9.2㎞,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 30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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